WALL*E
SPD Movie 2008/07/24 12:20
WALL*E는 제가 이번 여름 봤던 영화 중 가장 로맨틱한 영화입니다. 아니, 지난 몇 년간을 되돌아 봐도 이 영화보다 로맨틱한 영화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적어도 이렇게 귀여운 눈망울을 하고 등장하는 캐릭터를 이전에 본 적이 없답니다. 전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눈의 표현들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감성들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리고 이 캐릭터가 나누는 사랑들은 정말 사람의 마음을 녹여버립니다.

WALL*E는 인류가 지구를 떠나고 700년간 쓰레기를 큐빅형태로 만들어 쌓아올리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의 반복되는 일상 중에 한가지는 바로 1969년작인 뮤지컬 영화 "헬로, 돌리"를 보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죠. 그 영화를 700년간 보면서 WALL*E는 학습을 하게 됩니다. 노래와 춤. 그리고 그 이상의 것. 바로 인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이었죠. 그러나, WALL*E의 주변에는 그 사랑을 나눌 존재가 없습니다. 온 지구에 움직이는 존재는 바퀴벌레 한마리 뿐인걸요.
그 때 인류가 보낸 지구 탐사 로봇 EVE가 등장합니다. 아이팟을 닮은 흰 색 피부(본체)에 매끈한 몸매. 약간 과격하긴 하지만, WALL*E는 사랑에 빠집니다. 반응 없는 EVE를 향한 WALL*E의 짝사랑은 눈물나도록 애절하며, 그는 그 사랑을 위해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구를 떠나 인류가 머물고 있는 우주로 가게 되죠.

인류에 대한 묘사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지난 700년간 인류는 모든 것이 최적화 되어있고, 자동화 되어있는 우주선 속에서 생활했습니다. 운동과 연결되는 기관들은 조금씩 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잊기 시작했고, 그것은 결국 사람다움을 잊어가기 시작했던 것과 동일시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WALL*E가 나타납니다. 바로 인류가 잊었던 그 감성을 보유한 인류의 창조물 말이죠.
이 영화 속에서 인류가 잃은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며, 또 개척이라는 정신입니다. WALL*E가 사랑을 위해 자신의 일상을 벗어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사람들은 개인의 삶에 갇혀서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하나의 충돌이 있기 전까지 이들은 각자의 객체로만 살아가고 있죠. 인터넷을 통해 대화하지만, 감정이 오가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가 이전의 다른 픽사 영화보다 조금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미래가 결코 지나친 과장만은 아닌 것 같다는 부담 때문일 듯 합니다. 쓰레기로 뒤덮힌 지구. 얼굴을 보고 대화하지 않는 인류. 그리고 감정의 소통이 단절된 사회. 이것은 다시 인류가 더이상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이들은 고향인 지구로의 귀환에 별다른 흥미가 없습니다. 지구가 대체 뭐하는 곳인지도 모를텐데요.
이 지구인들의 선조들은 현실을 도피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인류를 인류다움으로 부터 멀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사는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때 인류가 스스로 창조한 로봇과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렇게 심각한 질문이 안에 묻어있지만, WALL*E가 이 질문들을 다루는 방식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귀여운 캐릭터들의 로맨스를 통해 아름답게 만들어가죠. 마치 고향에 대한 향수가 결국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힘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WALL*E는 그렇게 고향을 그리는 사람의 마음으로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그리고 고향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아름다운 법이죠.
그래서 WALL*E는 정말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p.s.1
이 영화를 보고 얻은 교훈 몇가지
1. 쓰레기를 줄이자.
2. 사랑의 감정을 잃지 말자.
3. 바퀴벌레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ㅡㅡ;
p.s.2
이 영화는 많은 과거의 SF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를 담고 있습니다....만,
가장 많은 존경심을 표현한 것은 영화가 아닌 바로 Apple이라는 회사인 것 같습니다.
아이팟을 닮은 EVE뿐 아니라, 낡은 VHS를 틀기위해 사용한 기계가 아이팟이고...
결정적으로 WALL*E가 다시 부팅되는 순간의 음향은...맥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정겨운 바로 그소리였죠.
p.s.3
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에 올라가야 한다는 의견에 적극 동조했고, 심지어 아카데미 상을 줘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이 영화 이후 바로 그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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