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Queen은 그 유명했던 1997년의 다이애나 공주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니,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이 이야기는 다이아나 공주의 죽음이 하나의 소재이긴 하지만, 실제로 영화는 다이아나 공주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녀는 하나의 아이콘으로서 소개 되고, 이 모든 소동이 일어나도록 만든 장본인이지만, 영화의 감독인 스티브 프리어즈와 작가 피터 모건은 다이아나의 죽음을 영국이라는 한 나라가 전통과 진보 속에서 어떻게 부딪히고 변해가고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이용할 뿐이다.
1997년, 젊은 진보적 정치가 토니 블레어는 서민층의 지지에 힘입어 영국의 수상이 되고, 여왕 엘리자베스 2세와 만남을 갖는다. 그리고, 얼마 후 다이아나의 사망 소식이 전달되어진다. 다이아나는 찰스 왕자와 이혼을 했기에, 실질적으로 왕가의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엘리자베스 2세를 비롯한 왕가의 사람들은 가급적 이 사건을 조용히 넘어가고자 한다. 문제는 다이아나의 죽음에 반응하는 영국의 국민들이었다.
영국의 국민들은 마치, 훌리건들처럼 궁 앞에서 다이아나를 추모하기 시작하고, 온갖 언론들은 다이아나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토니 블레어는 정치인답게, 이 기회를 놓지 지 않고 국민들을 향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다이아나는 국민의 공주였습니다. (People’s princess)” 이제 왕실과 정부의 대결구도가 시작된다.
자, 이제 국민들의 정서는 왕궁을 향한 분노로 바뀌고, 이들은 왕실을 향해 왕궁은 궁전에 깃발을 걸어 다이아나를 추모할 것이며, 여왕은 공식적으로 TV를 통해 연설을 하라고 주장하게 된다. 여기서 토니 블레어는 국민들의 분위기를 편승하여, 엘리자베스 여왕을 설득하고, 결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왕실의 가족들은 모두 휴가중이던 스코틀랜드의 별장에서 돌아와 국민들의 요청을 모두 받아들인다. 그리고, 신문에서는 이것을 엘리자베스가 토니 블레어에게 굴복한 것으로 표현한다.
이렇게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중심을 다룬 것은 왕실과 정부의 대립이며, 이것은 또한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나타날 수 있다. 왕실은 보수적이며, 전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여왕은 아무 힘도 없으며, 심지어 투표할 권한도 없지만, 그럼에도 영국에서 왕실이 수많은 세금을 통해 존재하고 있는 이유는 그 전통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며, 그것을 통해 국민들의 통합을 이루기 위함이다. 그래서, 이미 왕실의 사람이 아닌 다이아나를 위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그러한 자신들의 전통적 가치를 무너뜨리고, 이제 새로운 왕실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다이아나의 전 남편 찰스 왕자의 생각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또한, 여기서 개입하는 것은 진보적 성향의 정치인 토니 블레어이다. 그의 정치적 지지는 서민층에게 있었고, 그는 젊고 영국이라는 늙어버린 사자를 새로운 모던 사회의 국가로 탈바꿈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그는 인기도를 고려 해야만 하고, 그는 이것을 통해 진보적 정치인으로서 힘을 과시하게 되며, 또한 그의 인기도 역시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스티브 프리어즈는 분명히 어느 한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지는 않다. 영화는 토니 블레어가 승리했고, 그리고 국민이 원하는 바대로 영국의 왕실이 변할 수 있는 사건을 보여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주체적으로 자신의 것을 지키는 사람은 바로 여왕 엘리자베스이다. 국민과 여론에 의해 자신의 방향을 결정했던 토니 블레이와 달리, 오히려 엘리자베스 여왕의 움직임은 매우 조심스럽고 그리고 침착하며, 또한 명확했다. 그리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전통을 깨뜨린 후에도 그녀는 토니 블레어에게 충고한다. “언젠가는 아무런 경고도 없이, 어떤 공공의 적개심이 당신에게 나타날 수도 있어요.”
영국 국민들은 그들의 여왕이 될 사람을 다이아나로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명연을 보여준 헬렌 미렌 덕분에 이 영화의 끝에서 진정한 여왕은 엘리자베스 2세임을 영화는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쫓아간다. 하지만, 그러한 눈빛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영국이 닥친 이 세대 속에서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보수와 진보의 충돌. 그리고, 집단 히스테리를 부리는 국민들. 무엇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옳은 것인가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활동.
엘리자베스 여왕의 마지막 대사는 어쩌면 실제로 현재의 수상인 토니 블레어에게 던진 것일 수도 있다. 아무리, 이것이 사실을 바탕으로 한 가상의 이야기라 해도,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국 지지 이후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는 토니 블레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는 그저 중립적인 입장에서 볼 수 없다. 이것은 영화가 만들어낸 사회 바라보기가 아닌, 이 현실이 만들어낸 영화 보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