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SPD Movie 2007/08/30 03:301980년 5월의 광주를 기억하는 것은 80년대를 살았던 대부분 한국인에게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다.
이 사건은 한국 현대사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사건임과 동시에 한국인들의 정신 속에 강한 트라우마를 남겨준 사건이다. 그러니 이 사건이 우리의 두 눈앞에서 생생하게 재현되는 것을 보는 일은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화려한 휴가]를 보는 것은 유쾌할 수 없었다. 영화를 보는 것으로 추상적이었던 분노는 구체적이 되고, 잊힌 줄 알았던 아픔은 다시 우리의 심장을 찌르기 시작한다. "대체 왜 저린 일이 있어야 했을까?"
[화려한 휴가]는 결코 나와서는 안 되는 영화였다. 이것은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을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이 영화가 담는 과거가 너무 끔찍해서,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되 내였다. "이 영화는 나와서는 안 되었어." 그렇다. 나는 이미 지나간 과거임에도 이 영화가 우리의 상상과 꿈이었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영화는 과거의 역사를 철저하게 검증하고, 그 현장을 가장 생동감 있게 전달 해주기 위해 애쓴 영화이다. 이미 과거가 된 이 사건은 결국 이 시대를 이루는 바탕이 된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역사인 것이다. 그 역사를 나는 [화려한 휴가]를 통해 바라봐야만 했다.
이 영화도 이 과거의 사실을 "사실이 아니었으면"이라는 바람을 숨기지 않는다. 영화는 햇살이 꿈결처럼 비치는 광주에서 시작된다. 아직 익지 않은 논의 쌀들은 바람을 따라 물결처럼 흔들린다.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이 장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파괴된다.
학생들을 진압하려고 출동했던 계엄군들은 결국 시민들을 때려잡기 시작하고, 마침내 울려 퍼지는 애국가와 함께 사격을 개시한다. 이 사격에 동생 강진우(이준기)를 잃은 강민우(김상경)는 시민군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간호사 박신애(이요원)을 구해낸다. 신애는 말한다.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신애와 민우의 결혼식이다. 결혼을 맞아 모든 이들이 즐거워하지만, 단 한 사람 신애만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단 한 사람 신애만이 이 모든 사건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이다. 즉, 이 결혼식은 유령들의 결혼식이다. 신애의 표정은 굳을 수 밖에 없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신애의 자리는 그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고 울부짖던 신애는 유령들과 함께 할 수 없다. 그녀는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유령과 결혼해야만 한다. 웃고 즐기는 그 유령들과 함께 살아가야한다. 그것을 깨닫고 있는 그녀가 웃을 수는 없다. 단지 "꿈"이기를 바랄 뿐이다.
신애는 결국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되어야 한다.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고 외쳤던,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다고 말했지만, 결국 살아남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자신들의 사명을 다하고 웃음으로 마지막을 기억하는 그 유령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웃을 수 없다. 그 유령들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것은 짐을 지니고 가는 삶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자주 눈물을 훔쳐야 했다. 그들의 죽음을 맨 눈으로 보는 것은 정말 어렵고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어렵게 보지는 않았다. 영화는 별다른 해석이 필요없는 매우 단순한 어법으로 전개된다. 80년대의 시대를 분석하기보다는 드라마로 꾸몄고, 미학적 또는 역사적인 새로운 해석과 진보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사진을 찍어 우리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80년 5월의 광주는 그곳을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잔혹하다. 영화는 1980년 그때에 그대로 머물러 우리를 거꾸로 초대한다. 지나가는 이 세대에게 다시 그곳으로 돌아와 보라고 애원한다. 그것이 [화려한 휴가]가 우리에게 80년 5월의 광주를 기억하게 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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