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면서...

SPD Life 2007/08/03 00:17

한국에서의 대학시절. 지하철을 이용한 통학시간은 대충 2시간에 가까웠다.
돈을 좀 더 써서 직행 좌석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결국은 1시간 40분 정도.
하지만, 어머니의 승용차를 얻어타고 나가는 날이면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물론, 교통 혼잡시간이었다면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그 시간이 훨씬 절약되었다.

그래서 이 2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내게 있어 하나의 중요한 숙제였다.
물론 그 시간을 항상 한결같이 보내지는 않았다. 어떤 때는 잠을 청했고, 때로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언제나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있었다. 지금 보면 무식하게 보이기 그지없는 CD Player와 함께.

미국에서 살면서, 차를 가지고 운전을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이다.
나 역시 미국 생활 중 계속해서 운전을 했다. 어디를 가든 차와 함께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2시간이 걸렸을 거리를 30분 만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출퇴근 시간 수많은 사람을 부댖껴야 하는 것도 피할 수 있게 되었다.(물론, 러시아워 시간의 그 갑갑함을 얻게 되었지만)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많은 편의를 누리게 된 것이 분명한데도, 나는 그 2시간이 종종 그리워진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여유를 그리워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2시간은 무척이나 피곤하고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나를 나 혼자만의 시간으로 잡아놓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것은 나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 사람들과 부댖낌 속에서 나를 볼 수 있었고, 음악으로 귀를 막음으로 나만의 세계에 와 있을 수 있었다.

그때만큼 음악을 열심히 들었던 적이 없다. 그리고 그때 나는 가장 많은 독서를 했던 것 같다.

운전을 하게 되면, 2시간이 아닌 30분의 시간만을 할애하면 되지만 그렇다고 남은 1시간 30분을 지하철에서의 그 시간처럼 사용하지는 않는다. 나는 1시간 30분 만큼 효율적이 되었을지 몰라도, 1시간 30분 만큼 풍성해진 것은 아니다.

얼마 전 괜히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해봤다.
평소 2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였지만, 거의 2시간이 걸렸다.
그 버스 안에서 나는 음악을 열심히 들었다.
책을 보고 싶지만, 달리는 버스 안에서 무엇을 들여다 보는 행위는 분명히 내 위를 뒤틀어 버릴 것이다. (십중팔구는 멀미가 발생할 테니.) 하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떤 풍성함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도전을 자주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빠르게 지나가는 현재의 삶에 나는 이미 심하게 젖어 있을테니까.
그 1시간 30분을 얻으려고 부지런을 떨 만큼의 여유를 나는 누리고 있지 못하니까...

하지만, 읽고 싶은 책들을 눈앞에 두고도 그냥 하루하루를 지나쳐 갈 때. 좋은 음악을 달리는 차 속에서 그저 스쳐가듯 느껴야만 할 때. 그리고 정말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그냥 버스에 올라타고 달려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언제고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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