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이 영화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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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디워가 미국에 상륙했다. 수많은 화제를 몰고 다니며, 진정 올해 한국 영화 최대의 화제작이 된 그 영화 디워가 헐리우드가 있는 이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을 때면 이미 디워의 흥행 성적의 윤곽이 드러나 있겠지만, 분명히 많은 한국인은 이 영화가 진심으로 흥행에서 성공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디워를 진심으로 응원하기에 이 영화는 너무 많은 치명적 약점을 지니고 있다. 영화는 방송국 리포터인 이든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사고의 현장에서 이상한 물체를 목격하며 시작된다. 이든은 이 물체가 자신이 어린 시절 봤던 물건임을 기억하고, 당시 만났던 동양 물품 판매상인 잭과의 만남을 회상한다. 잭은 소년 이든이 자신이 찾던 500년전의 한국인 하람이 환생한 것임을 깨닫고 그에게 이무기에 얽힌 전설과 이무기가 찾고 있는 여의주를 몸에 지닌 소녀 사라 역시 Los Angeles에 살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녀가 20세가 되는 해 여의주가 그녀에게서 나타나고, 그 여의주를 탐내는 나쁜 이무기 브라퀴와 그의 군대가 그녀를 찾기 시작할 것이니, 하늘이 용이 되도록 점지한 착한 이무기에게 그녀를 꼭 데려다 줘야 한다는 부탁을 남긴다.
그리고 사라가 20번째 생일의 즈음부터 브라퀴와 그의 군대들이 Los Angeles에 나타나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이든은 사라를 찾기 시작하고, 결국 만나고, 도망가고…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이미 한국에서 영화를 봤던 많은 이들이 했던 이야기를 반복해야 할 것 같다. “CG는 훌륭하나 스토리가 엉망이다.” 물론 CG 자체에 대해서도 혹평을 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CG로 만든 장면의 사실감만으로 평가를 한다면 분명히 디워의 CG는 일정 수준 이상이다. 일반 헐리우드 영화에 투입되는 제작비를 고려한다면, 이 부분은 마땅히 심형래 감독과 영구 프로덕션이 성취한 것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하지만 CG의 훌륭함도 엉망인 스토리는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재미 있다 재미 없다 와 같은 류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 영화라 하더라도, 이 영화가 만들어낸 세상 속에서 존재하는 인과관계는 논리적으로 지켜져야 그 스토리와 구성이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디워는 이러한 논리와 화면의 구성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화면은 여기저기로 튀고, 이야기는 인과가 발생하지 않아 수많은 질문을 관객들에게 넘겨주고 있다. 예를 들면 19세인 여주인공이 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마시러 클럽에 간다던가, 철조망 등은 그냥 통과하던 적이 자동차에는 부딪혀 쓰러지고, 서로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없다가 갑자기 키스를 하는 주인공, 뜬금없이 이무기 전설의 엄청난 신봉자가 되어있는 FBI 요원 등이다. 어떤 영화든 이러한 옥에 티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러한 장면들이 매 장면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더 이상 옥에 티가 아니다. 이것은 연출의 부재, 즉 꼼꼼한 스토리의 점검과 그 스토리 안에서의 논리적 사고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논리적 사고의 부족은 결국 연기자들의 연기에서도 나타난다. 다들 대본대로 연기는 하고 있지만, 대체 이 상황이 왜 이루어진 것인지 알 수 없으니, 그러한 감정의 기복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러한 문제는 심형래 감독 이야기를 위해 어떤 장면을 만들어가기 보다, 어떤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서 발생한 것이다. 원하는 장면을 토대로 이야기를 붙여가다 보니, 중간 중간 비는 공간이 발생한다. 그래서 종종 “그럴 수도 있겠지 뭐”라며 넘어가야 하는 화면들을 그대로 살려두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그토록 보여주고 싶었던 장면인 LA 도심에서의 전투는 분명히 화려하다. 낮 시간을 배경으로 움직이는 브라퀴는 사실적이었고, 다른 부분에 들어간 CG들도 섬세하게 잘 표현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LA 에서의 전투 장면들은 파괴의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며 영화 전체를 통해 가장 시원스러운 장면이다.
이렇게 영화는 흠이 많지만, 심형래 감독이 진행했던 독특한 자금확보 기술과 배급 기술 등 그의 노력과 도전 정신은 분명히 우리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자세였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약 7년에 걸친 제작기간과 한국 영화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는 점. 그리고 감독의 공언대로 헐리우드와 경쟁하겠다는 점들을 떠올릴 때 이 영화에 남는 아쉬움은 많을 수 밖에 없다. CG는 영화를 돕는 도구이지, 그 자체가 영화가 되지는 않는다. 그가 CG에 들였던 공을 캐릭터의 연구와 자신이 창조하는 세계에 대한 이해에 조금 더 할애했다면 보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해본다. 어찌되었든 심형래 감독의 노력이 한국 영화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기를 바라며, 그의 도전과 노력이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웃음을 그칠 수 없었다.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계속 웃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어서.
CG가 좋아서 영화의 다른 약점을 커버하는 것도 정도의 문제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데, 함께 본 외국인들이 박수를 치며 외친다.
"정말 너무하는군. 어지간하면 참아보겠는데, 정말 너무해"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내가 민망했다. 정말 그럴 필요 없는데 말이다.